나는 진료실에서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환자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맥을 짚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맥의 느낌이 가늘고 불규칙했다. 환자는 불안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이게 무슨 병인가요? 혹시 심장이 나쁜 걸까요?"

나는 환자의 두려움을 느끼며 차분하게 설명할 필요성을 느꼈다.

"심장이 나쁜 건 아니고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경계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한 증상이 반복되는 건데, 몸의 기혈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환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했다.

경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경(驚): 놀라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우
2. 계(悸): 특별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두근거리고 불안한 경우

이 두 가지 증상은 한의학적으로 심혈부족(心血不足), 심신불교(心腎不交), 간기울결(肝氣鬱結) 등의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몸이 피로하고 혈이 부족하면 심장이 불안정해지고, 스트레스나 긴장이 심하면 간이 기운을 막아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다.

나는 환자가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심장에 무조건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몸이 많이 지쳤다는 신호일 수도 있어요. 기혈을 보충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습니다."

시험을 앞둔 학생의 경계

나는 진료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온 대학생을 보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느꼈다. 학생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요즘 가슴이 너무 두근거리고 잠도 잘 안 와요. 시험이 다가오는데 머리는 멍하고 손발은 차가워요."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학업 스트레스와 과로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맥을 짚어보니 세약(細弱)하면서도 약간 긴장된 상태였다.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증상이 더 심해지나요?"
"네, 머리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하는데도 가슴이 계속 두근거리고 집중도 안 돼요."

나는 학생이 오랜 기간 동안 긴장을 지속하면서 심혈이 부족하고 간기울결(肝氣鬱結)이 심해진 상태라고 판단했다. 간이 긴장을 받으면 기운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심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심장을 직접 치료하기보다는 몸 전체의 기혈을 보충하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치료가 필요해요. 귀비탕(歸脾湯) 같은 처방이 도움이 될 거예요. 기혈을 보충하면서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약입니다."

나는 학생에게 한약을 처방하면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하루에 최소한 10분이라도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라고 권했다. 학생은 내 말을 들으며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출산 후 산모의 경계

진료실에 들어온 산모는 힘없이 의자에 앉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녀의 얼굴빛은 창백했고 손끝은 차가웠다.

"출산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요즘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요.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건가 했는데, 가끔 밤에 숨이 막히는 느낌도 들어서 너무 불안해요."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출산 후 기혈부족(氣血不足)으로 인해 심장이 불안정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 과정에서 많은 혈이 소모되면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이 부족해져 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출산 후에는 몸이 많이 약해지면서 심혈이 부족해질 수 있어요. 그러면 작은 자극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감이 생길 수 있죠."

나는 그녀가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따뜻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이럴 때는 몸을 보하면서 심신을 안정시키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이나 황련아교탕(黃連阿膠湯) 같은 처방이 도움이 될 거예요. 몸을 보강하면 증상이 점차 완화될 겁니다."

환자는 내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 안도하는 듯했다. 나는 그녀가 생활 속에서 몸을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따뜻한 음식과 충분한 휴식을 권하며 치료 계획을 세워주었다.

경계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

1. 심혈부족(心血不足): 몸이 피곤하고 혈이 부족할 때 심장이 불안정해짐
2. 간기울결(肝氣鬱結): 스트레스나 긴장이 심하면 간이 기운의 흐름을 막아 심장에도 영향을 줌
3. 심신불교(心腎不交): 몸이 허약해지면 신장이 심장을 도와주지 못해 두근거림과 불안감이 나타남

결론

경계는 단순한 신경과민이 아니라 몸의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다.
시험을 앞둔 학생, 출산 후 산모처럼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되면 심장이 불안정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단순히 심장의 문제로 보지 않고 몸 전체의 기혈 순환과 장부 간의 균형이 깨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본다. 그러므로 단순한 약물치료보다 몸을 회복하고 기혈을 보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계 증상이 지속된다면 그냥 참고 넘기지 말고, 몸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몸과 마음이 안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증상도 사라질 수 있다.